[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교육부가 28일 고교학점제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고교학점제의 대입엇박자를 못박는 게 아니냐는 비판만 쏟아졌다. 정시40% 유지를 그대로 고수한채 세부 미조정만 시늉한 셈이어서 고교학점제의 성패를 좌우할 ‘대입 연계 정책’이 없는 근본적 문제를 그대로 안고있기 때문이다. 지역별/학교별 격차 문제뿐 아니라 교사들의 성취도 관리 책임도 그대로 남은 상태다.
교육계에선 4개월 전 운영 대책 발표 당시 제기됐던 지적(관련기사: ‘6개월 만에 개선?’ 고교학점제 ‘대입 엇박자 여전’)이 개선 없이 이번 후속 대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성적 유불리 중심의 과목 선택이 문제라는 점을 교육당국 스스로 인정하고도, 이를 만들어내는 정시 확대 구조와 대입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된 첫해부터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 체제가 따로 노는 현실은 이미 확인됐다. 학교 현장은 여전히 수능 중심의 과목 편성에 묶여 있고,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이라는 학점제의 취지는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학종 역시 기재항목 축소로 손발을 잃은 상황. 전문가들은 대입 구조를 손대지 않은 채 운영 부담 완화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개선안으로는 고교학점제의 실질적 안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입엇박자 못박는' 고교학점제 지원대책.. '4개월 전 지적 그대로'>
교육부가 28일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지역별/학교별 격차 문제 뿐 아니라 교사들에게 성취도 관리 책임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원 대책은 지난해 9월 발표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학점 이수 기준 완화에 관한 교육과정 개정과 권고사항을 심의/의결함에 따라 마련됐다. 핵심은 학점 이수 기준 완화와 학생부 기재, 보충지도 체계 손질이다. 선택과목은 출석만 충족해도 학점 이수가 가능해지고, 교사가 작성해야 하는 학생부 글자 수는 축소된다. 학업성취율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 역시 기초학력 지도와 연계해 운영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공통과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살피는 현행 방식이 유지되기 때문. 교원/강사 확충 없이 지도 책임만 학교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지역/학교 유형에 따른 미도달/미이수 격차에 대한 구조적 해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학점이수 완화 ‘선택과목 출석률만 확인’
고교학점제 지원 대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학점 이수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 선택과목의 경우 출석만 충족해도 학점 이수가 가능해지고, 학생부 기재 글자 수도 줄어든다. 학업성취율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이하 최성보) 역시 기초학력 지도와 연계해 운영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지원 대책(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학점 이수 기준 완화다. 공통과목은 현행처럼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모두 반영하지만,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충족해도 학점 이수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한다. 앞서 교육현장에서 학업성취율과 관련해 출석률만 적용하자는 논의가 지속됨에 따라, 국교위에서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창의적 체험활동 역시 기존의 총 시수 기준 대신 학년별 수업일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 시 이수로 인정된다.
학업성취율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성보도 조정된다. 사회/한국사/과학 등 공통과목의 최성보는 시도교육청 판단에 따라 기초학력 지도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동일 학생에 대해 이중 지도가 이뤄지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또 방과후/방학 중 대면 지도,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 EBSi 콘텐츠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의 보충지도를 허용하되, 대면 보충지도는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 지도 실효성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통과목 중 일부 학점(48학점)에 대해서는 학업성취율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최성보를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일부 지역 고교는 여전히 고교학점제 강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여론도 존재한다. 교원 단체에서는 교원 확충도 없이 최성보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8일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대책으로 보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며 “학교 유형과 지역에 따른 미도달/미이수 학생 격차의 원인 분석이나 상응하는 맞춤형 지원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시도교육청 차원의 책임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교사 기재 학생부 분량 축소
학생부 기재 글자수가 축소되는 점도 눈에 띈다. 글자 수가 줄어들면서 더 핵심적인 내용을 담기 위한 교사들의 고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경 내용을 살펴보면, 담임교사가 작성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500자에서 300자로, 창의적 체험활동 중 자율/진로활동 특기사항은 700자에서 500자로 축소된다. 수업에 대부분 참여하지 않아 특기할 사항이 없는 경우에는 간소 기재도 가능해진다.
<대입 연계 정책 제로.. 대입 엇박자 밀고가나>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가장 핵심으로 지적돼 온 ‘대입과의 엇박자’ 문제는 이번에도 손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고교학점제 운영 대책 발표 당시부터 반복돼 온 성적 유불리 중심 과목 선택 문제를 교육부 스스로 인정하고도, 이를 해소할 대입 연계 대책은 이번 개선안에서도 빠졌다. 고교학점제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학종과의 연계 역시 없다. 다시 나온 후속 대책에서도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실제로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된 첫해, 우려했던 고교과정과 대입체제가 따로 노는 상황은 현실화했다. (관련기사: ‘심각한 본말전도’ 고교학점제) 과목 편성도 수능 주요 교과 위주였고, 수능 미출제 과목 편성은 44.11%에 불과했다. 고교 수업을 바탕으로 대입이 운영되는 것이 아닌, 대입을 위해 고교 현장이 바뀌는 ‘본말전도’가 벌어진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 이수’였지만, 학교는 여전히 정시확대 체제 아래 수능에 종속돼 있었고, 입시 과목이 우선됐다. 특히 지역과 학교 규모에 따른 과목 선택권 격차도 커지면서 학교별 불평등까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서는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당국이 고교학점제의 문제로 성적 유불리 중심 과목 선택을 지적해놓고도, 대입은 그대로 두고 있다”며 “대입 틀을 건드리지 않는 한 고교학점제는 이름만 남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정시는 단순화하되, 수시에서는 교과 이수 과정과 학생의 진로 성장을 평가할 수 있는 정성평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며 “이번 개선안은 현장의 행정 부담만 일부 덜었을 뿐, 고교학점제의 성패를 좌우할 대입 연계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