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통합수능…선택과목 유불리 문제 해결은 ‘난망’
사실상 문‧이과 체제 유지…교차지원이 문과 약세 강화
‘수학’ 당락 영향력 여전히 최고…2027학년까지 틀 유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문‧이과 통합수능과 교차지원 증가가 선택과목의 유‧불리, 이과생의 문과 침공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자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교차지원 허용과 일부 대학의 학과에 따른 필수과목 설정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수학의 경우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보다 원점수가 같아도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았다.
대학들 또한 보이지 않는 허들을 만들었다.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상위 대학들은 계열 구분 없이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공계열 학과에는 수학 또는 과학탐구에서 필수과목을 설정함으로써 선별적으로 학생을 받고 있다. 사실상 이과생을 받겠다는 것이다.
말만 통합수능…문‧이과 체제 유지
지난해 실시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처음으로 시행된 시험이었다. 문‧이과 통합 취지 반영, 학생 과목 선택권 강화, 대학의 수능 위주 대입전형 지원 등을 기본 원칙으로 진행된 통합수능은 각종 부작용을 나타내며 취지를 퇴색시켰다.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는 국어와 수학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공통과목(75%) + 선택과목(25%)’으로 치르는 방식이다. 응시생의 위치는 표준점수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며, 이는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와 등급 컷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수학 영역에서 문과생은 주로 확률과 통계를, 이과생은 미적분을 선택한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에서 같은 원점수를 받은 확률과 통계 응시생의 표준점수는 미적분 응시생보다 낮았다.
지난해 수능에서 확률과 통계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이었지만 미적분‧기하 선택 응시자의 최고점은 147점으로 3점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택과목 점수 조정 때문인데 각 선택과목 응시자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을수록 조정 점수가 높아진다. 즉 수학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미적분을 응시해야 조정 점수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문과 침몰 부추기는 ‘교차지원’
문과생들은 수능 유불리에 이어 대학 입시원서를 쓰면서 또 한 번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부터 대학을 지원할 때 교차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경쟁 대상이 문과생뿐만 아니라 이과생까지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라 부르는, 이과 수험생이 높은 수학 점수를 바탕으로 대학의 인문·사회 계열 상위권 전공으로 교차 지원해 문과생을 밀어내고 합격하는 현상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본래 교차지원은 과학탐구 과목 시험을 응시하더라도 문과 계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사회탐구 과목을 응시하더라도 이과 계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문제는 대다수 자연계 학과는 필수과목이 지정돼 있지만 인문계 학과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데에서 발생한다.
이는 입시상담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잘 나타났다. 한 고등학교에서 입시상담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문과생이냐 이과생이냐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올해 수능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선택한 한 학생은 “이번 수능에서 수학 성적이 잘 나와서 교차지원을 생각해 보고 있다”며 “교차지원을 하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문과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어릴 때부터 외국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교도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상담을 받았다”며 “그런데 수학 점수가 낮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왜 인문계열 진학하는데 수학이 당락을 가르나”
문과생이라고 밝힌 학생들의 불만은 명확했다. 본인들이 진학하고 싶은 학과는 인문계열인데 수학 성적으로 인해 가고 싶은 학교도, 학과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입시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이과 교차지원에 대해 이과생 1263명 중 745명(59.0%)이 교차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합수능에서 이과 수험생이 유리하니 이를 이용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의미다.
같은 조사에서 문과생 중 40.4%는 하향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해 문과생 10명 중 4명은 하향 지원을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지원으로 인한 고민은 학생을 선발하는 각 대학 입학처 또한 마찬가지다. 수도권 대학의 한 입학처 관계자 A씨는 “한국 입시는 이미 수학 공화국 수준”이라며 “인문계 전공 학생을 선발하는데 제일 중요한 점수가 수학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입학처 관계자 B씨는 “수능 4년 예고제 때문에 2027학년도까지는 현재의 수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마다 학생 선발 시 과목 비율을 조정해 학생의 유불리를 조정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C씨는 “사회는 하나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적 지식을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대학의 수업은 문과적 소양과 이과적 소양이 다 필요한 과정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는 학생 선발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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